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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크로스핏 친구를 잃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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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져지킹 작성일20-09-24 09:53 조회1,586회 댓글1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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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예전에 페인스톰 코칭도 했었고 


간간히 압구정점에 찾아가는 져지킹 이수빈입니다.


오랜만에 웹사이트에 들려 글을 하나 남겨보려합니다. 


올릴까 말까 고민 하긴 했는데 지난 며칠동안 느낀바가 많아 


제 머리도 정리하고 여러분께 공유할겸해서 긴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미국에서 같이 운동하던 친구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친구가 지금의 저의 모습으로 만들수 있었는지, 


LAX CrossFit은 그를 어떻게 기억하고 추모하는지, 


그리고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드는 제 생각을 페인스톰 식구들과 공유하겠습니다.


-------


아시는 분은 아실겁니다. 


제 별명은 "져지킹 (JudgeKin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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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닉네임으로 쓸만큼 너무나도 좋아합니다.


한 동안 여러 크로스핏 대회에서 누구보다 더 열심히 심판을 봤고 


그 열정을 보고 준희형이 저에게 준 별명인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져징은 안하지만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낍니다. 


크고 작은 대회에서 정확하고 얄짤없는 져징에 


선수들과 관중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제가 가진 성취감이었습니다.


제가 져징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건 한국에 오기전 미국에 위치한 


LAX CrossFit에서 1년 반동안 운동을 하면서 만났던 친구때문입니다. 


(사실 띠동갑 형님이긴 하지만 미국 정서상 친구라고 표현하기때문에 친구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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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그니쳐는 단연 저 스팸바지다. 운동할때나 져징할때 항상 저 바지를 입고 다닌다)


Brandon Abo, 


1974년생, 


서핑을 좋아하는 교육자, 


크로스핏 코치,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크로스핏 대회의 져징을 열정적으로 하는 친구였습니다. 


박스내에서 작은 쓰로우다운 참가를 하기 며칠전 데드리프트를 하다가 허리를 심하게 다쳐서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길고 암울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때 그 친구가 져징하는 것을 추천했습니다. 


그것이 저의 져징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크로스핏이 주는 특유의 단합 커뮤니티에 


나름대로 보답할수있는 방법이었고 


대회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크로스핏 코칭을 하게 된다면 운동실력은 조금 부족 할수 있더라도 


크로스핏 관련 대회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져지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운동을 부상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 없어서 낙담할 때 브랜든은 


저에게 다른 길을 알려주는 조언을 주었고 


져징을 열심히 하면서 많은 선수들을 만날수 있었고 잊지못할 경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스팸바지, 교육자, 져지, 아빠, 그리고 서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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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X CrossFit에서는 그를 “스팸반바지”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운동 할 때는 물론이고 대회에서 져징을 할 때 항상 입었던 스팸 반바지 때문입니다. 


크로스핏 게임즈 리저널을 포함해서 LA지역에서 이루어졌던 크고 작은 대회에서 빠짐없이 져징을 지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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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핏 게임즈 캘리포니아 리져널 져징)


LAX 박스에서는 그를 가장 믿을 수있는 심판으로도 불렸습니다.


그 것보다 박스식구들은 그를 박스내에서 가장 공감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기억을 합니다. 


운동후, 회식, 술자리등 그와 깊은 대화를 나누면 심적인 치유를 얻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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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야근때문에 못갔는데 사진첩을 보니까 같이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다는게 너무 후회스럽기까지한다. ㅠㅠ)


그는 무엇보다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

지난 6월에 교육과 석사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상대방 입장을 잘 이해해주고 공감을 해주었기 때문에 


박스내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서핑을 워낙에 좋아해서 주말마다 바닷가에 갔었고 


그의 아들 솔로몬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최고의 낙으로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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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도 다름없이 서핑을 하기 위해 바다로 갔지만 ........


그는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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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사실을 알게 된 첫 포스팅. 사실이 아니길 바랬다)


짧은 인연이었지만 기억에 남는 친구였기에 충격이 컸습니다. 


하나 둘씩 그의 삶을 축복하고 기억하기 위해 


박스에서 같이 운동했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LAX CrossFit에서 근무했던 코치 Adan은 그를 기리기 위해 “ABO”라는 WOD를 만들고 


미국 시간으로 이번 토요일에 박스에 모여서 추모 와드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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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7월 11일 생일과 2020년 9월 19일 기일, 그리고 나이에 맞추어 추모Wod "ABO"가 만들어졌다)


타지에 있는 친구들은 각자 맞는 시간에 동참하기로 했고 저도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남겨진 그의 아들을 위해서 성금을 모으는 활동도 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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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4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에게 


아빠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건 너무 가혹한 일입니다. 


브랜든을 사랑했던 박스 식구들이 힘을 합쳐 


그의 아들에게 해줄수 있는 도움을 주려고 합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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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페이스북 그룹에서 브랜든의 아들 솔로몬을 돕기위해 올린 포스팅)


이런 활동들을 보게되면 크로스핏이라는 게 


그저 운동법을 넘어 사람들을 단합하게 하고 


서로를 도와줄 수 있는 공동체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타인에게 소홀하지 않았는지 생각을 하면서 


깊은 반성과 함께 


공감이라는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를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되어주기도 하고요...


아직도 Brandon이 세상을 떠난게 믿기지 않고 슬프기만 합니다. 


이번 일을 통해서 느낀점은 이렇습니다.


  1. 사람일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지금 이 순간 가까이 있는 사람과 시간을 소중하게 여길 것

  2. 짧은 인연일지라도 타인을 소중히 여기고 공감하는것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

  3. 크로스핏을 통해 알게되는 공동체가 운동이라는 것을 뛰어넘어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것


제가 고민끝에 제 생각을 페인스톰 게시판에 올리게 된 이유는 


크로스핏을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은


그저 “같이 운동하는 사람”이라는 개념을 넘어 


같이 희노애락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어 올리게 되었고


페인스톰 식구들과 제 생각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화이팅입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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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 in Peace. Brandon Abo (1974-2020)



 


댓글목록

Magoong님의 댓글

Magoong 작성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페톰혀눅님의 댓글

페톰혀눅 작성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같이의 가치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ssinna님의 댓글

ssinna 작성일

마음이 먹먹하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캡틴님의 댓글

김캡틴 작성일

수빈아 힘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디나인님의 댓글

디나인 작성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수빈이형 힘내세요

PeterKim님의 댓글

PeterKim 작성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박폭풍님의 댓글

박폭풍 작성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수빈아 힘내라..

미피님의 댓글

미피 작성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준범님의 댓글

준범 작성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쵸파님의 댓글

쵸파 작성일

안타까운 이야기네요 ㅜ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효성님의 댓글

효성 작성일

삼가 고인의 명복을빕니다. 마음 추스르시고 힘내세요

라드님의 댓글

라드 작성일

참 슬픈 글이네요. 남겨진 가족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냅니다.

Patrick님의 댓글

Patrick 작성일

RIP ABO
삼가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마음이 너무 짠해지네요..

페인스톰성준님의 댓글

페인스톰성준 작성일

힘내세요 수빈이형.

160111님의 댓글

160111 작성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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